죽음의 경계에서

2024.5.5

중국 왕팡(王芳)

2008년, 저는 교회에서 신앙 서적 운송 사역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신앙의 자유가 있는 나라였다면 평범한 일이겠지만 중국에선 매우 위험한 본분으로, 신앙 서적을 운반하다 체포되면 공산당 법에 따라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살게 됩니다. 그래서 저와 형제자매들은 특히 조심하며 본분을 이행했습니다. 8월 26일,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차 몇 대가 저를 에워싸더니 경찰이 강제로 저를 차에 태웠습니다. 예전에 어떤 자매가 신앙 서적을 운반하다 잡혀 10년형을 선고받았던 일이 생각나 무척 긴장되었습니다. ‘나도 10년형을 선고받는 게 아닐까? 정말 감옥에서 10년을 살아야 한다면 거기서 살아서 나올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자 가슴이 죄어 왔습니다. 저는 서둘러 속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하나님, 경찰이 이제 저를 어떻게 괴롭힐지 모르겠습니다. 저를 지켜 주시고 믿음과 힘을 더해 주십시오.’ 기도를 마치자 이런 하나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너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마라. 어떤 고난이 찾아와도 내 앞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말고 내 뜻이 순탄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너의 본분이다. … 너를 검증하는 이때, 너는 충성을 다할 수 있겠느냐? 충성심으로 끝까지 나를 따를 수 있겠느냐? 두려움을 떨쳐 버려라. 내가 네 뒤에서 호위하는데 누가 길을 가로막을 수 있겠느냐?(<말씀ㆍ1권 하나님의 현현과 사역ㆍ그리스도의 최초의 말씀ㆍ제10편> 중에서) 하나님의 말씀은 제게 믿음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하나님은 만물의 주재자시고, 온 우주를 다스리십니다. 경찰 역시 하나님 손안에 있지 않겠습니까?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제 머리카락 한 올도 다치게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핍박과 환난을 통해 제 믿음을 온전케 하시려는 것이니 저는 하나님께 기도하고 의지하며 하나님을 위해 굳게 서서 증거해야 했습니다. 10년형을 선고받는 한이 있어도 절대 형제자매를 팔아넘기거나 하나님을 배반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은 저를 도시 밖에 있는 한 2층 건물로 데려갔습니다. 덩치가 크고 살집 있는 중년 경찰이 얼린 생수병을 든 채 서슬 퍼런 얼굴로 곧장 저를 향해 다가오더니 탁자를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이름이 뭐야? 교회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어? 누구와 연락해? 교회 리더는 누구야?” 제가 아무 말 하지 않자 그는 생수병을 들어 세차게 제 머리를 내려쳤습니다. 머릿속이 윙윙 울리는데 그 경찰은 계속 욕설을 퍼부으며 질문을 쏟아댔습니다. 저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기도하며 그의 질문엔 한 마디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는 또 생수병을 들어 제 머리를 거칠게 내려쳤습니다. 그 순간, 두개골이 쪼개지기라도 한 것 같았고 눈앞의 모든 것이 뿌옇게 변했습니다. 너무 아파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습니다. 그는 계속 사납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말 안 하면 고문하겠어! 계속 그러고 있겠다면 살아서 나갈 생각은 말아!” 저는 속으로 조금 두려워졌습니다. ‘또 저 생수병에 맞았다간 두개골이 박살 나는 것까진 아니라도 뇌진탕에 걸릴 거야. 이러다 맞아 죽는 거 아냐?’ 저는 서둘러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저를 지켜 달라고 한 후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경찰이 아무리 때려도 하나님을 배반하는 유다는 되지 않겠어.’ 그때, 그 경찰의 핸드폰이 울렸고, 경찰은 전화를 받고 난 후 그대로 떠나 버렸습니다. 또 다른 경찰이 두꺼운 천으로 만든 주머니를 제 머리에 씌우고 줄로 꽁꽁 묶더니 저를 어느 빈방으로 끌고 가 내동댕이쳤습니다. 너무 답답하고 덥더군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경찰들은 저를 2층으로 데려갔습니다. 2층으로 가자 성 공안청에서 나온 궁(龔)씨 성을 가진 처장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저를 위협했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너한테 10년형을 선고할 수 있어! 얼른 아는 대로 다 말해. 안 그러면 누구도 널 못 구해 줘!” 또 직장에 말해서 제 급여를 끊어 버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아무 말 하지 않자 그는 사람을 시켜 제가 신앙 때문에 붙잡혔던 전과가 있는지 인터넷으로 찾아보게 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바짝 긴장되었습니다. 2003년, 저는 복음을 전하다 붙잡혀 5개월간 구류됐던 적이 있었거든요. 제 기록을 찾아낸다면 형은 더 무거워질 터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하나님의 보호임을 알았고, 속으로 조용히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밤 12시경이 되자 경찰은 저를 구치소로 보냈습니다. 구치소의 교도관은 몇몇 재소자들을 시켜 제 옷을 모두 벗기게 했습니다. 팔을 수평으로 뻗게 한 상태로 세 번 꿇어앉았다 일어서기를 시키고, 또 제 옷을 감방 밖으로 던져 버렸습니다. 그 여자들이 제 속옷과 팬티까지 모두 버리려 하는 걸 보고 황급히 팬티를 뺏어 입었습니다. 저는 벌거벗은 상태로 그곳에 꿇어앉은 채 벽에 달린 4개의 감시카메라를 바라보며 끔찍한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이튿날 아침, 다른 재소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난 후 저는 이불을 찢어 몸에 둘렀습니다. 그때, 한 재소자가 저를 향해 옷 한 벌을 던지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어서 입어요.” 또 다른 재소자는 제게 바지를 한 벌 빌려주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하나님의 지배와 안배임을 알고 깊이 감사드렸습니다. 오전 중 교도관이 제 옷을 감방 안으로 던져 넣었습니다. 상의와 바지에 있던 지퍼와 단추가 모조리 잘려 나가 있어 저는 한 손으로는 바지를 잡고 또 한 손으론 옷섶을 움켜쥔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어야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재소자들은 저를 놀리고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어떤 재소자는 일부러 제 바지를 벗기며 저를 조롱하는 말들을 해댔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기도하며 그날 하루를 겨우 버텨 냈습니다.

셋째 날 정오가 되자 심문하러 온 경찰이 저를 어두컴컴한 빈방으로 데려갔습니다. 벽에는 철로 된 형구가 걸려 있었고 주변에는 온통 시커먼 핏자국이 나 있어 무척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그들은 제 두 손을 등 뒤로 돌려 수갑을 채웠습니다. 국가안전보위대대의 양 대장과 형사 경찰 몇 명이 저를 둘러싸고 굶주린 이리처럼 저를 뚫어지게 노려보았습니다. 양 대장은 몇몇 자매의 사진을 보여 주며 제게 지목하라 했고, 교회의 돈을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도 캐물었습니다. 그러면서 험악한 말투로 위협했습니다. “얼른 말해! 말 안 하면 죽인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유다가 되진 않겠어!’ 어깨가 떡 벌어지고 체격이 건장한 또 다른 경찰이 말했습니다. “오늘은 꼭 말해야 할 거다! 말하지 않으면 내 주먹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난 경찰 학교에서 4년이나 무술을 익히면서 특별히 ‘망치질’이라는 권법을 익혔지. 어깨 위의 혈 자리를 치면 뼈와 오장육부가 산산조각 나는 거야. 내 주먹을 맞고 자백하지 않은 놈은 이제껏 하나도 없었어.” 그러면서 잔뜩 뻐겨댔습니다. 이어서, 양 대장이 가방에서 정부 문건을 하나 꺼내 제 앞에다 대고 흔들며 말했습니다. “이건 중앙에서 하달한 비밀문서야. 너희 전능하신 하나님 교회에 대한 건데, 너희 놈들은 붙잡아 때려죽여도 상관없다는 거야! 너희가 죽어 봤자 시체를 산에다 버려 버리면 아무도 모를걸. 너희 하나님 믿는 놈들한텐 형구를 써야 해. 철 채찍이란 게 있는데, 찬물을 발라 휘두르면 살점이 떨어져 나간다고. 계속 때리면 뼈가 드러나지.” 그 무서운 말들을 듣고 있자니 심장이 죄어 오는 기분이었습니다. ‘저 형구들을 내게 쓴다면 난 죽고 말겠지? 시체는 산에 버려져 야생 개들에게 뜯어 먹힐 거고. 너무 끔찍해!’ 저는 너무 두려워 다급히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하나님, 경찰이 저를 고문하며 괴롭힐 게 너무 두렵습니다. 제 믿음은 너무 작으니 저를 지켜 주시고 믿음과 용기를 더해 주십시오. 저들이 제게 무슨 짓을 하든 죽음을 각오하고 굳게 서서 증거하겠습니다.’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양 대장은 제 머리를 향해 팔을 휘두르며 제 양쪽 뺨을 연달아 수십 대 때렸습니다. 그걸 맞고 있자니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습니다. 꼭 감은 제 두 눈에선 연신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때, 제 왼쪽에 서 있던, ‘망치질’을 구사한다던 경찰이 기합을 모으더니 제 어깨의 혈 자리를 내려쳤습니다. 순간, 정말 뼈가 부서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내려치면서 몇 번을 가격하는지 세었습니다. 제 오른쪽에 있던 경찰이 제 오른쪽 무릎을 거칠게 차는 바람에 저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들은 제게 일어나라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저는 두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간신히 통증을 참아 가며 일어섰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다시 저를 걷어차 넘어뜨렸습니다. ‘망치질’을 구사하는 경찰은 또 연달아 제 어깨를 내려치며 추궁했습니다. “누구와 연락하는 거야? 교회 돈은 어디다 뒀어? 얼른 말해! 말 안 하면 죽여 버린다!” 저는 분개해서 그들에게 반문했습니다. “내가 하나님을 믿으면서 무슨 법을 어겼길래 이렇게 때리는 거예요! 헌법에선 신앙의 자유가 있다 하지 않았나요?” 그러자 양 대장이 씩씩대며 말했습니다. “헛소리 마! 맞아 죽기 싫으면 얼른 말해! 교회 돈을 어디다 뒀어? 우리가 원하는 건 그 돈이라고! 말 안 하면 오늘 이대로 죽여 버릴 거야!” 그러면서 제 머리를 연신 가격했습니다. 주먹질의 강도는 갈수록 거세어졌습니다. 저는 걷어차여 쓰러지고, 맞아 쓰러지길 반복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경찰들은 일어서라고 명령했습니다. 얼마나 오래 맞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머리와 귓가가 윙윙대며 울리고 눈은 퉁퉁 부었는지 떠지지가 않았습니다. 얼굴은 부어 감각이 없었고 입가에서는 연신 피가 흘렀습니다. 하도 맞아 심장이 떨어져 나간 것 같고 어깨뼈는 산산조각이 난 것 같았습니다. 저는 땅에 쓰러져 버렸습니다.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파 속으로 내내 하나님께 저를 지켜 달라고 부르짖었습니다. 머릿속엔 오직 이 생각뿐이었습니다. ‘죽어도 유다가 되지 않겠어!’

제가 계속 입을 열지 않자 양 대장은 저를 회유하려 들었습니다. “우리가 너한테 물었던 것들, 사실 우린 이미 다 알고 있어. 그냥 너한테 확인하려 한 것뿐이야. 다른 동료가 널 팔아넘긴 마당에 동료를 지켜 주려 하다니, 그럴 가치가 있나? 이 나이 먹고 이렇게 고생할 필요 있어? 그냥 신앙일 뿐이잖아? 다 털어놓으면 바로 풀어 줄게. 그럼 이 고생은 안 해도 되잖아.” 그들은 그러면서 하나님을 모독하는 말들을 했습니다. 그들의 상스러운 말을 들으며 그 험상궂은 얼굴들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솟았습니다. 이 경찰들은 형제자매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교회 돈을 강제로 차지하기 위해 수법을 바꿔 저를 회유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음험하고 비열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정말 형제자매를 팔아먹었든 아니든, 저는 제 입장을 지켜야지 절대 하나님을 배반하거나 형제자매들을 팔아넘길 수 없었습니다. 이어서 양 대장은 제 딸을 가지고 위협했습니다. 그는 섬뜩하게 웃으며 저를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 “네 딸이 베이징에 있지 않나? 딸을 잡아와서 네가 보는 앞에서 괴롭혀 주지. 그래도 말 안 하면 너네 모녀를 남자 감방에 던져 넣을 거야. 그럼 남자 재소자들이 너네 모녀를 욕보이고 죽이겠지. 아주 간단한 일이야. 난 한다면 한다고.” 공산당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죽는 건 겁나지 않았지만 저와 딸이 남자 감방에 떨어진다니, 그건 견딜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맞아 죽으면 죽었지 그런 모욕은 당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저는 무척 두려워져 다급히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하나님, 제 마음을 지켜 주시길 바랍니다. 어떤 괴롭힘과 모욕을 당하더라도 유다가 될 순 없습니다.’ 기도를 끝내자 과거 다니엘이 사자 굴에 떨어졌지만 하나님이 그를 잡아먹는 걸 허락하지 않으시자 사자는 그를 해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믿음을 가져야 했습니다. 저 악한 경찰들도 결국 하나님의 손안에 있으니 하나님의 허락이 없으면 저들도 저를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말을 하지 않자 한 경찰이 미친 듯이 고함을 질러댔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오늘 그냥 죽는 거야!” 그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나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주먹을 쥐었습니다. 그러더니 제게 달려들어 제 가슴팍에 주먹을 내리꽂았습니다. 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한참이나 숨을 쉬지 못했습니다. 장기와 뼈가 조각조각 난 것 같았고, 누가 심장을 쇠집게로 잡아 꺼내는 것 같았습니다. 어찌나 아픈지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제 머리는 바닥에 박힌 채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목구멍에 무언가 걸린 듯 비명이 나오지 않았고,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정말이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약해진 저는 제 몸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계속 맞을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겠어. 죽어 버리면 저들도 더는 날 심문하고 괴롭히지 못하겠지. 나도 벗어날 수 있고. 아니면 중요하지 않은 것들만 좀 얘기할까.’ 하지만 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털어놓으면 저 악독한 경찰들은 계속 캐물으면서 더 끔찍하게 날 심문할 거야. 안 돼, 어떤 일이 있어도 형제자매를 팔아넘길 순 없어. 그들이 이런 고문을 당하게 할 순 없어.’ 저는 속으로 하나님께 저를 지켜 달라고 부르짖었습니다. 그때, 문득 하나님의 이 말씀이 머릿속에 또렷이 떠올랐습니다. 『환난 가운데서 나에 대한 충성심이 조금도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긍휼을 베풀지 않을 것이다. 나의 긍휼은 여기까지이고, 또 나는 나를 배반했던 자를 좋아하지 않으며 친구의 이익을 팔아먹은 자와 왕래하는 것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의 성품이다. 그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다.(<말씀ㆍ1권 하나님의 현현과 사역ㆍ너는 종착지를 위해 충분한 선행을 예비해야 한다> 중에서) 하나님의 말씀은 즉시 저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하나님의 공의로운 성품은 사람이 거스를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배반한 사람을 혐오하고 증오하십니다. 그런 자는 육체와 영혼이 모두 영원한 벌을 받게 됩니다. 저는 그렇게 여러 해 하나님을 믿으며 하나님의 그 많은 사랑과 말씀의 공급을 누렸습니다. 이제는 제가 하나님을 위해 증거해야 할 차례였습니다. 제가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려고 유다가 돼 하나님을 배반한다면 너무 양심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으로 살 자격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다짐했습니다. ‘죽는 한이 있어도 유다가 돼 하나님을 배반하진 않아. 하나님을 위해 굳게 서서 결연히 증거하겠어!’

그때, 그 악랄한 대장이 저를 걷어차며 호통을 쳤습니다. “얼른 일어나! 망할, 죽은 척은 그만하라고!” 하지만 저는 기어서 일어날 힘도 없었습니다. 그러자 두 경찰이 저를 들어 올렸습니다. 의식이 흐릿하고, 텅 빈 듯한 머릿속은 윙윙 울렸습니다. 가슴팍이 너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고, 눈앞의 물체가 모두 두 개로 겹쳐 보였습니다. 그래도 경찰은 연신 저를 추궁하였습니다. 저는 화가 솟구쳐 온몸의 힘을 모아 소리쳤습니다. “그냥 죽겠다! 그냥 날 쳐 죽여!” 그러자 놀란 경찰들은 그 자리에 굳은 채 멍하니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힘과 용기는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원래 그들은 돌아가며 저를 고문하고 심문할 계획이었지만 오후 5시경이 되자 성 공안청에서 심문 결과를 묻는 전화가 걸려 왔고, 그들은 그렇게 심문을 멈추었습니다. 저는 벽에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제가 이렇게 버틸 수 있었던 건 모두 하나님의 보호 덕분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의 이 몸으론 일찌감치 저들에게 맞아 죽었을 것입니다. 그 후, 경찰들은 모두 떠나고 ‘망치질’을 한다는 경찰만 남아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줌마, 난 여자를 때려 본 적 없어. 아줌마가 처음이야. 다 큰 남자도 30대를 버티지 못하는데, 내가 아줌마를 몇 번이나 쳤는지 알아? 벌써 30번이 넘었어. 나이도 많은 아줌마가 이걸 버틸 줄은 정말 몰랐네. 거기다 우리가 알고 싶어 하던 내용은 아줌마 입에서 한마디도 듣지 못했지. 형사 경찰 생활 10년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경찰의 말을 들으면서 저는 속으로 쉴 새 없이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제가 맞아 죽지 않은 건 다 하나님의 보호 덕분이었습니다.

저녁 7시경, 그들은 저를 구치소로 돌려보내며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돌아가면 누구에게도 우리한테 맞았다는 소리 하지 마. 말했다간 다음 심문 때 더 심하게 맞을 줄 알아.” 그러면서 수건으로 제 바지에 묻은 먼지들을 털고 제 옷과 머리를 정리하곤 젖은 수건을 가져다 제 얼굴도 깨끗이 닦아 냈습니다. 저를 감방으로 들여보낸 후, 그들은 구치소 경찰에게 제 상태가 이런 건 심장병 때문이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 비열하고 염치없는 자들 때문에 너무나 화가 나 견딜 수 없었습니다! 감방으로 돌아온 후 저는 침상 위에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었습니다. 두피는 너무 아파 건드릴 수조차 없었고 왼쪽 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입은 부어 벌어지지 않았고 뺨은 온통 검자주색이었습니다. 몸과 다리에는 온통 멍이 들어 있었고 가슴팍에는 자주색 주먹 자국이 선명했습니다. 왼쪽 어깨는 맞아 탈구가 된 바람에 다른 손으로 받치고 있어야 했습니다. 나중에 검사해 보니 제 가슴뼈 여러 곳이 골절되었고 척추뼈는 어긋나 있었습니다. 저는 똑바로 누울 수도, 앉을 수도 없었습니다. 숨을 쉬기만 하면 심장과 흉강이 유리 조각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습니다. 천천히 숨을 내쉬어야 그나마 통증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제 상태를 본 구치소 의사는 야간 당직을 서는 재소자에게 2시간마다 제가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 확인하라 시켰습니다. 교도관은 매일 아침 출근해서 제일 먼저 제가 죽었는지부터 물어봤습니다. 저는 이틀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습니다. 재소자들은 다들 제가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번은 당직을 서던 두 재소자가 작은 소리로 떠드는 걸 들었습니다. “치료도 안 해 주고 가족들한테 알리지도 않아. 여기서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하나 봐.” “교도관이 그랬어. 살인이나 방화, 성매매한 사람들도 돈을 쓰면 나갈 수 있는데, 전능하신 하나님 믿는 사람들만 못 나간대. 저 여자는 아마 며칠 못 살 거야.” 그 여자들의 말을 듣는데 마음이 무척 괴로웠습니다. ‘설마 여기서 이렇게 죽는 건가? 난 아직 하나님께서 영광 얻으시는 그날도 보지 못했는데…. 여기서 죽어 버리면 형제자매나 딸 아이는 내가 죽은 줄도 모를 거야.’ 딸을 생각하자 마음이 너무 아려 와 눈물이 쉬지 않고 흘렀습니다. 저는 곧 죽을 텐데 가족도, 형제자매도 곁에 없다니…. 저는 생각할수록 괴로웠습니다. 그저 속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을 뿐이었습니다. 그때, 또 그 두 재소자가 하는 말이 들렸습니다. “여기서 죽어 버리면 어떡해?” 그러자 다른 이가 말했습니다. “제일 낡고 더러운 이불을 찾아 그걸로 둘둘 감은 다음 구덩이에 파묻어 버리면 그만이지.”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너무나 연약해지더군요. 몸도 이미 버티기 힘든 상태인데, 거기다 마음도 극도의 절망과 고통에 시달리니 심장이 점점 더 아파 왔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때는 하나님께 대체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알 수가 없어 그저 절박한 심정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을 뿐이었습니다. ‘하나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저를 도와주십시오! 제가 이겨 낼 수 있도록 믿음과 용기를 더해 주십시오. 하나님, 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제 목숨이 당신 손안에 있다는 건 압니다.’ 그때, 하나님의 말씀 한 구절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떠올랐습니다. 『너희는 이 마지막 때에 하나님을 증거해야 한다. 아무리 큰 고난이 닥쳐도 끝까지 가야 하며, 마지막 숨이 붙어 있을지라도 하나님께 충성을 다하고 하나님의 지배에 따라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진실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며, 굳세고 힘 있게 증거하는 것이다.(<말씀ㆍ1권 하나님의 현현과 사역ㆍ고통과 시련을 겪어야 하나님의 사랑스러움을 알 수 있다> 중에서) 너무나 큰 격려가 되는 말씀이었습니다. 마치 하나님이 제 곁에서 위로하고 격려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순교했던 과거 수많은 성도가 떠올랐습니다. 오늘날도 수많은 형제자매가 하나님나라 복음을 널리 전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들의 죽음은 의미 있고 가치 있으며 하나님께 기억될 것이었습니다. 저는 하나님을 믿고 본분을 이행하다 붙잡혔으니 설령 핍박받아 죽는다 해도 의를 위해 핍박받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영예로운 일입니다. 오늘 제가 죽든 살든 그것은 상관없었습니다. 저는 하나님을 증거해야 했고, 그러면 죽는다 해도 제 삶은 절대 헛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무척 홀가분해졌고 더는 무기력하고 처량하다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지금 죽음의 위협이 가까이 와 있습니다. 정말 죽는다 해도 당신의 배치와 안배에 순종하겠습니다. 만약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피조물의 본분을 이행해 당신을 흡족게 해 드리겠습니다. 저 자신을 완전히 당신께 드립니다. 끝까지 당신께 충성하겠습니다.’ 기도 후, 제 마음은 평온해져 더는 죽음의 속박을 받지 않았고 몸의 고통도 한결 덜해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하루를 버텼고, 이틀, 사흘…. 저는 죽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하나님의 은총과 보호임을 깊이 느꼈습니다.

사흘 후, 국가안전보위대대 사람이 또 심문하러 찾아왔습니다. 감방문이 열리기도 전에 교도관이 제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는 게 들렸습니다. 마침 그때 제 상태는 가장 심각했었습니다. 재소자 한 명이 그 소리를 듣곤 떠들기 시작하더니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사람이 이 모양인데 무슨 심문이에요? 참 너무도 하지. 사람을 때려서 이 지경을 만들어 놓고 또 심문하겠다니!” 당시 감옥에는 60명 정도가 있었는데, 그중 절반가량이 분개해 들고 일어나 제 편을 들어 주었습니다. 감방 안은 난리가 났지요. 경찰은 그 모습을 보고 다시는 저를 심문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너무 감격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저를 보호해 주신 하나님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잠시 후 감방의 우두머리가 이러더군요. “여기서 2년 넘게 있도록 이런 장면은 처음이야.” 저는 그것이 하나님이 남몰래 저를 보호하고 보살펴 주신 것임을 알았습니다. 사람과 일, 사물을 안배하고 마련하여 저를 위험에서 구하신 것입니다. 정말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그 기간, 밤만 되면 온몸이 너무 아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는데, 그럴 때면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했습니다. 저는 <하나님에 대한 베드로의 사랑>이란 찬양이 생각났습니다. 베드로는 가장 연약해졌을 때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당신은 제가 언제 어디서나 당신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제가 언제 어디서나 당신을 사랑하길 원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이다. 하지만 저의 분량은 너무 작나이다. 저는 연약하고 힘이 없으며, 제 사랑은 너무도 유한하나이다. 당신에 대한 진심도 너무 적나이다. 당신의 사랑과 비교하면 저는 살아갈 자격도 없나이다. 저는 오로지 이 일생을 헛되이 살지 않고, 당신의 사랑에 보답하며, 더욱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당신께 바칠 수 있기를 바라나이다. 피조물인 저는 당신을 만족게 할 수만 있다면 마음이 평안해질 것이며,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나이다. 비록 저는 지금 연약하고 힘이 없지만 당신의 당부를 잊을 수 없고 당신의 사랑을 잊을 수 없나이다.(<말씀ㆍ1권 하나님의 현현과 사역ㆍ베드로의 체험 ― 형벌과 심판에 대한 인식> 중에서) 이 찬양은 제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고문을 받으며 고통스러웠던 때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고통스럽고 연약해졌을 때 저는 하나님께 기도하고 의지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말씀으로 저를 깨우치고 이끌어 주셨으며 또한 저를 위해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바로 제 곁에서 저를 보살피고 지켜 주셨습니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저는 하나님의 전능과 주재를 보게 됐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더 커졌습니다. 또한, 하나님을 대적하고 사람을 해치는 큰 붉은 용의 악마 본질을 꿰뚫어 보게 되어 진심으로 그를 저버리고 마음을 하나님께 드릴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제가 사탄의 권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실제적인 방법으로 저를 구원하셨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속으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제가 죽든지 살든지 상관 않고 제 모든 걸 하나님께 드리고 하나님의 지배에 따르겠습니다. 설령 죽더라도 하나님을 따라 끝까지 가겠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다른 건 다 없어도 되지만 하나님만큼은 떠날 수 없음을 가슴 깊이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제 마음은 하나님과 더 가까워졌습니다. 하나님의 보살핌과 보호 아래, 맞아서 다쳤던 부위의 붓기가 빠르게 가라앉았고 숨을 쉴 때마다 느껴지던 심장의 통증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일주일 후엔 벽을 짚고 걸을 수도 있었습니다. 감옥 안의 사람들은 그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와, 저 이가 믿는 게 참하나님이 맞나 봐!” 저는 이것이 하나님의 크신 능력임을 알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사경에서 건져 두 번째 생명을 주신 거였습니다. 저를 구원해 주신 하나님이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저는 구치소에 4개월간 갇혀 있었습니다. 그 후 공산당은 ‘사회 치안 교란’을 이유로 제게 노동 교화 1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제가 출옥할 때, 경찰이 이렇게 경고하더군요. “또 하나님을 믿다 잡히면 중형을 선고받을 줄 알아.” 저는 그에 속박받지 않고 속으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핍박과 환난이 닥치더라도 하나님을 끝까지 따르겠습니다!’

다음: 무죄 수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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