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이면

2021.10.20

그리스 리즈

저는 말수가 적은 편이라 다른 사람과 마음을 터놓고 교류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가 내성적이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하나님 말씀의 폭로를 통해 말을 잘 하지 않고 자기 관점을 쉽게 표현하지 않는 게 내성적이거나 이성적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간사한 사탄 성품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저는 글 관련 본분을 시작했습니다. 파트너 형제자매들을 보니 모두 이 본분을 시작한 지 오래됐고 원칙도 많이 알고, 자질도 뛰어났습니다. 그리고 누가 진리를 잘 알고 있는지, 누가 진정 견실한 학식을 가졌는지 분별도 했습니다. 그러자 마음에 동요가 일었습니다. ‘난 자질이 뛰어나지 않고, 진리 실제도 없으니 토론할 일이 생겨도 쉽게 입을 열지 말아야겠어. 괜히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꼴이 될지도 모르잖아? 옳은 관점을 말하면 상관없지만, 잘못된 관점을 말했다가 괜히 진리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나선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창피하잖아.’ 저는 항상 스스로 겸손하고 말을 아끼며 많이 들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후로, 형제자매와 함께 문제를 놓고 토론할 때면 저는 제 생각을 거의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한 번 의견을 낸 적이 있었는데, 다들 별로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너무 부끄러웠고, 무슨 일이든 먼저 나서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괜히 말을 잘못했다가 창피당할 수 있으니 꾹 참고 신중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후로, 어떤 문제를 놓고 소통할 때면, 저만의 생각이 있어도 먼저 발언하는 일이 없었고, 항상 다른 사람의 생각부터 들어보았습니다.

나중에 한 자매가 팀에 합류하였고, 저와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자매는 자질이 뛰어나고 통찰력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자매와 함께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도 저만의 생각이 있어서 제 관점을 얘기하려던 찰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내 관점이 치우쳐서 괜히 말을 꺼냈다가 부정당하면 어쩌지? 새로 온 자매가 나를 보고 생각이 짧고 단순하다고 생각할 텐데. 내 변변찮은 수준이 드러나 날 무시하면 어떡하지? 그래, 그냥 자매가 어떻게 말하는지 듣자.’ 이틀 동안 같이 토론했지만, 저는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고, 그저 그 자매의 관점에 따랐습니다. 이렇게 하니 창피할 일도 없고, 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을 잘 안 하니 자매와 함께 본분을 이행할 때면 항상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가끔 자매가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저는 나름의 관점이 있었지만 말을 아꼈고, 그러다 보니 저희는 자주 그런 문제에서 막히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본분의 능률도 떨어지고 진도도 지체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점점 더 말을 아끼게 되었고, 생각이 있어도 숱한 고민 끝에 간신히 입을 열곤 했습니다. 그러니 저도 답답했고, 본분에서도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런 상태에 빠져 있으니 저도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밀려와 하나님 앞에 나아가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지금 본분을 이행하고 있지만, 성령의 깨우침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역 진도도 느립니다. 제가 어떤 패괴 성품에 빠져 있기에 당신의 증오를 받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저 자신을 알 수 있도록 이끌어 주세요.” 어느 날 묵상 시간에 문득 ‘잔머리’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하나님 말씀을 찾아보다 이런 말씀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늘 다른 이에게 속내를 드러내거나 소통하지 않고, 무슨 일을 해도 남들과 상의하지 않으며, 마음이 늘 사람들에게 닫혀 있고, 항상 경계만 하는 것 같고, 자신을 꼭꼭 포장해 둔다면, 이는 몹시 간사한 사람 아니겠느냐? 일례로, 그는 스스로 썩 대단해 보이는 견해가 있을 때, ‘일단 말하지 말자. 말했다가 남들이 그 방법을 쓰고 내 공을 가져가 우쭐대면 안 되지. 일단 아껴 두자.’라고 생각한다. 또 꿰뚫어 보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일단 말하지 말자. 말했다가 누군가 나보다 대단해 보이는 말이라도 하면 못난 꼴을 보이는 것 아니겠는가? 모두가 내 실체를 알게 될 테고, 내가 이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 말해선 안 돼.’라고 생각한다. 어떤 각도에서 생각하든,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든, 그는 남들이 자신을 꿰뚫어 보는 것을 두려워한다. 늘 이런 관점과 태도로 자신의 본분을 대하고, 사람과 일, 사물을 대한다면 이는 어떤 성품이겠느냐? 이는 교활하고 간사하며 사악한 성품이다.(<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진리를 실천해야 정상 인성을 가지게 된다> 중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 말씀은 저의 내적 상태를 다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간사하고 교활하며’, ‘사악한 성품’이라는 문구에 양심이 찔리고 괴로웠습니다. 제가 말을 아끼고, 자기 생각을 쉽게 표현하지 않았던 것이 매우 이성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속에는 저만의 꿍꿍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괜히 말했다가 부정당하면 창피하고 사람들이 무시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에 대해 얘기할 때면 저만의 관점과 생각이 있음에도 확신이 없으면 아예 말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먼저 들어본 다음에 분위기를 따랐습니다. 저는 정말 교활하고 간사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교활하고 간사하다고 하면 생각을 읽을 수 없고, 매우 음험하고 간교한 세상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반대로 저는 세상에서 친구나 동료들한테 늘 성실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일과 사람을 대할 때 딴마음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눈치 보면서 행동하고 잔머리 굴리는 사람을 제일 싫어했던지라 제가 그런 사람일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니 저는 겉으로는 거짓말을 하거나 간교하게 행동하지 않았지만, 간사한 본성에 지배받아 발언하기에 앞서 늘 분위기를 살피고, 대세를 따랐습니다. 항상 저의 부족함이 다 드러날까 봐 걱정하면서 제 명예와 지위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가식적으로 포장했습니다. 그래서 본분을 이행하면서 난관에 부딪혀도 쉽게 생각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간사하게 굴면서 제 속내를 감추기 바빴지, 하나님 집의 이익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보니 제가 바로 간사하고 교활한 소인배였습니다! 그동안 저는 제가 성격 때문에 말수가 적다고 생각했을 뿐, 그 안에 들어 있는 사탄 성품을 제대로 해부해 보지 않았었는데, 그제야 저 자신을 너무도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하나님의 말씀을 보면서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탄은 국가 정부, 유명 인사와 위인들의 교육과 가르침을 통해 사람을 패괴시키며, 그들의 허튼소리는 사람의 생명 본성이 되었다. “사람은 자기만을 위해 살아야 한다.”라는 말은 사탄의 명언으로, 이미 모든 이의 내면에 침투해 생명이 되었다. 이 밖에 처세 철학에 관한 말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탄은 각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이용해 사람을 교육함으로써 끔찍한 재난의 망망대해로 빠뜨리며, 사람은 결국 사탄을 섬기고 하나님을 대적하여 하나님께 멸망당하고 만다. … 사람의 삶과 행위, 사람됨에는 아직도 사탄의 독소가 많이 들어 있고, 진리는 거의 들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사람의 처세 철학, 일 처리 방식, 사람의 좌우명에는 모두 큰 붉은 용의 독소가 가득하며, 이것들은 모두 사탄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사람의 뼛속과 핏속에 흐르는 것은 모두 사탄의 것이다. … 인류는 사탄에 의해 심하게 패괴되었고, 모든 사람의 혈관에 흐르는 것은 사탄의 독액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람의 본성이 패괴되고 사악하고 불온적인 것이며, 사탄의 철학으로 점철되고 뼛속까지 물들어 완전히 하나님을 배반하는 본성임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하나님을 대적하고 적대시할 수 있는 것이다.』(<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사람의 본성을 어떻게 알아야 하는가> 중에서) 하나님은 저의 마음을 다 꿰뚫고 계셨습니다. 이 말씀을 보면서 저는 그동안 “많이 듣고 적게 말해라.”, “침묵은 금이라. 말이 많으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등의 사탄 철학에 따라 살았음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언제나 ‘확성기’가 아닌 ‘이어폰’이 되어야 저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고 창피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제가 생각을 마음에만 담아 두고 말하지 않으니 저의 잘못된 생각이 드러날 수 없었고, 당연히 저의 치우친 생각을 바로잡아 주거나 제 관점을 부정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창피당하는 일을 피해 갔고, 그 결과 “침묵은 금이다.”, “많이 듣고 적게 말해라.”와 같은 말을 최고의 처세 지혜라고 더욱 확신하게 된 것입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말세 사역을 받아들인 후 형제자매들과 함께 어울릴 때도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에 따라 살았습니다. 제가 말을 하지 않거나 말을 아껴서 저의 단점이나 부족한 점을 드러내지 않으면, 저를 보호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이러한 사탄 철학으로 살다 보니 생각을 말하기 전에는 항상 이해득실을 먼저 따져 보았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부터 생각했습니다. 만약 제가 말했다가 창피당할 것 같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가장 ‘안전한’ 방식을 택했습니다. 사탄의 독소는 이렇게 저를 점점 더 교활하고 간사하게 만들었습니다. 타인을 향한 추측과 경계심은 높아져만 갔고,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협력할 수 없으니 본분 이행은 더 합격점에 도달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을 깨닫고 저는 하나님께 이 부분의 패괴 성품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 후로 형제자매들과 토론할 때면, 의식적으로 피하려는 마음을 무시하고 저의 생각을 먼저 말하면서 소통했습니다. 충분히 고려한 생각이 아니더라도 저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고, 먼저 꺼내놓고 함께 의논하고 교류했습니다. 또 본분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함께 기도하고 서로 교제하면서 길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탄에 의해 심하게 패괴되다 보니 늘 저도 모르게 패괴 성품에 따라 행했습니다. 한번은 본분에 존재하는 문제를 놓고 두 책임자를 포함해서 다 같이 토론 회의를 열었습니다. 평소 형제자매들과 의논할 때는 괜찮았지만, 책임자들까지 있는 자리에서 괜히 입을 열었다가 저의 관점이 맞지 않거나 이해가 치우친다면, 책임자들이 저를 너무 수준 떨어진다고 하지 않을지 걱정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본분에 합당하지 않다고 보아 본분을 조정해 버리면 형제자매들이 저를 어떻게 볼지 걱정되었고, 그들 앞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결국 토론 내내 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거의 끝날 즈음, 책임자 한 명이 왜 계속 말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순간 몹시 난감하면서 자책감이 밀려왔고,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습니다. 결국 “제가 또 간사한 성품을 드러냈네요. 말이 많으면 실수도 많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말을 못 했어요.”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비록 제가 패괴 성품을 드러냈다고 인정하긴 했지만, 다음에 또 같은 상황이 왔을 때, 다시 반복하지는 않을까 돌아보았습니다. 반성해 보니 제가 비록 저 자신에 대해 인식도 했고 제 내적 상태와 맞는 하나님의 말씀도 찾아봤지만, 일이 닥치면 또 여전히 패괴 성품으로 살면서 참된 회개와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을 진정으로 알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기도했습니다.

그 후, 하나님의 말씀을 보았습니다. 『적그리스도는 자신이 말을 많이 하고 자주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면 모두가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자신이 그저 깊이가 없는, 평범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되어 존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의미겠느냐? 사람들 마음속에서 그의 고귀한 지위가 사라지고, 그를 더없이 평범하고 단순하며 보통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적그리스도가 원치 않는 일이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늘 자신은 소극적이며 하나님을 거역했다고, 어제 어떤 일을 했는데 실수를 저질렀다고, 오늘은 또 정직한 사람이 되지 못해 고통스럽고 괴롭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을 보면서도 자신은 절대 그런 말을 하는 법이 없으며, 깊이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다. 평소에 자질이 부족하고 두뇌 회전이 빠르지 않아 생각이 많지 않은 관계로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적그리스도 부류의 사람이 말을 적게 하는 이유는 그래서가 아니다. 성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을 만날 때 말을 거의 하지 않으며, 남이 무슨 말을 해도 쉽게 자신의 관점을 말하지 않는다. 어째서 그렇겠느냐? 첫째, 그에게는 진리가 없기에 무슨 일이든 밝히 알지 못한다. 입을 열었다가 틀린 말을 해서 밑천이 드러날 수도 있으니 일부러 침묵을 지키는 척, 진중한 척 굴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꿰뚫어 보지 못하게 하는 한편, 자신을 고명하고 고고하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감히 그를 무시하지 못할뿐더러 그의 냉철하고 침착한 겉모습을 보고 그를 추앙하고, 그를 냉대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적그리스도의 괴이함이자 사악함이다. 적그리스도가 쉽게 관점을 말하지 않는 것은 이런 성품 때문이다. 그가 쉽게 관점을 말하지 않는 이유는 관점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에게는 그릇된 관점, 치우친 관점, 진리에 조금도 부합하지 않는 관점이 있고, 심지어는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관점까지 있다. 그러나 그는 어떤 관점도 쉽게 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남들이 자신의 말을 듣고 공을 가로챌까 봐 걱정해서가 아니라 숨기고 싶기 때문이며, 공개적으로 드러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꿰뚫어 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 그는 자신의 주제를 잘 알고 있으며, 또 그에게는 무엇보다 뻔뻔스러운 목적, 즉 남들의 추앙을 받으려는 목적이 있다. 이것이 더없이 역겨운 것 아니겠느냐?(<적그리스도를 폭로하다ㆍ일 처리가 기이하고 독단적이고 제멋대로 행동하며 다른 이와 교제를 하는 법이 없고 남들에게 순종을 강요한다> 중에서) 하나님의 말씀은 마디마디 제 마음을 찔렀습니다. 여태까지 저는 “침묵은 금이다.”, “말이 많으면 실수하기 마련이다.”를 신봉하듯 살았습니다. 단순히 작은 말 실수 때문에 체면을 잃거나 웃음거리가 되거나 망신당하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의 마음에 제 자리가 있길 원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말을 하거나 어떤 관점을 표현했을 때, 모든 사람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지지하고 우러러보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늘 사람들 앞에서 생각이 깊고 식견이 넓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는 늘 깊이 생각하면서 스스로 위장하고 포장했습니다. 특히 책임자들과 같이 토론할 때는 제 체면과 지위를 더 생각하다 보니 저의 생각을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제가 합당하고 정확한 제안을 내놓으면 괜찮지만 만약 내 관점이 치우쳐 이해력이 부족해 보이면 저의 밑천이 드러나 본분이 조정될까 봐 두려웠고, 다른 사람들 마음에서의 지위가 떨어질까 두려웠습니다. 이렇게 음흉한 속셈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저의 생각과 관점을 내놓을 용기가 없었습니다. 정말 너무 비열하고 저열하다 못해 “저는 잘 모르겠어요.”라는 솔직한 말도 하지 못한 것입니다. 돌이켜보니 형제자매들과 본분에서 협력하거나 어울릴 때면 저는 겉보기에 말도 없고 착실해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저의 추한 모습을 감추면서 거짓된 모습으로 다른 사람을 미혹하고, 심지어 예배에서 진리를 교제하거나 문제를 토론할 때에도 늘 눈치 보면서 움직이는 간사한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 마음에서 좋은 이미지와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저는 진리와 정의를 사랑하기보다 체면과 명예를 사랑했으며, 간사하고 사악한 적그리스도의 성품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반성을 통해 제가 정말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은혜시대에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때에 내가 저희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마 7:23) 저는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하지 않고 하나님을 흡족게 하려는 자세로 성실하게 일하지 않았으며, 형제자매들과 마음을 나누는 정직한 사람으로 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는 저의 추한 모습을 덮어 감추었고, 어떻게 해서든 저의 이미지를 지키려고 하면서 다른 사람이 저를 높이 보도록 미혹했는데, 그것은 지위를 두고 하나님과 다투는 것이었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적그리스도의 길을 걷는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회개하지 않으면 결국 하나님께 도태되는 것뿐이었습니다. 이걸 깨달은 후에야 저의 패괴 성품에 대한 증오가 생겼고, 또 계속 이대로 추구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빨리 하나님께 회개하면서 육을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 후, 저의 이런 내적 상태를 형제자매들에게 털어놓았는데, 한 자매님이 하나님의 말씀을 보내 주었습니다.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본분을 이행하든 어떤 사역을 하든, 그 마음은 반드시 순결해야 한다. 한 그릇의 물처럼 바닥까지 보일 만큼 깨끗해야 하며, 마음가짐이 올발라야 한다. 어떤 마음가짐이 올바른 것이겠느냐? 네가 어떤 일을 하든,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사고의 흐름을 갖고 있든 전부 꺼내 놓고 모두와 교제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네 방법이 옳지 않다고 하며 다른 건의를 제시하면, 너는 그것을 다 듣고 난 후 “괜찮은 방법이네요. 그 방법대로 하죠. 제 방법은 별로인 것 같습니다. 식견이 부족하고 뒤처졌지요.”라고 말해야 한다. 네가 말하고 실행한 것을 통해 모두가 너라는 사람의 처세 원칙을 바닥까지 분명히 볼 수 있어야 하며, 마음속에 어두운 면이 없어야 한다. 또 일을 하고 말할 때는 진심으로 임해야 하고 정직한 태도로 하나면 하나고 둘이면 둘이라고, 옳으면 옳고 아니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어떤 수단도, 숨김도 없이 투명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하나의 태도 아니겠느냐? 이는 한 사람이 사람과 일, 사물을 대하는 하나의 태도이다. 이런 태도는 그 사람의 성품을 대변한다.(<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진리를 실천해야 정상 인성을 가지게 된다> 중에서) 저는 또 하나님의 이런 말씀을 보았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간사한 사람이 아니라 정직한 사람이 되어 정직한 말을 하고 정직한 일을 하라고 한다. 하나님이 이런 말씀을 하는 의의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정한 사람의 면모를 갖게 하는 데 있다. 사탄처럼, 뱀이 움직이듯 빙빙 돌려 말하며 속내를 알 수 없게 해선 안 된다. 하나님은 사람이 말할 때나 일을 할 때, 어두운 면도 떳떳하지 못한 부분도 없이 정정당당하게 살게 한다. 마음이 깨끗하고 겉과 속이 동일하며,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하고, 하나님을 대할 때도 누구를 대할 때도 기만하거나 속이지 않고 마음이 한 점 더러움도 없이 깨끗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정직한 사람이 되라고 요구하는 목적이다.(<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사람은 하나님 경륜의 가장 큰 수혜자이다> 중에서)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은 정직한 사람을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직한 사람은 순수하게 마음을 여는 사람입니다. 하나님께 거짓이나 간사함을 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도 솔직하게 대하며, 마음에 있는 것을 말하고 생각과 말이 일치하고, 하나님과 사람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야말로 사람이 갖춰야 하는 모습이고, 그래야만 부끄러움 없이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정직한 사람은 진리를 좋아하고, 긍정적인 것을 좋아하기에 쉽게 진리를 얻고 하나님께 온전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저를 비춰 보니 사람이나 일을 대할 때, 또는 다른 사람과 협력할 때 마음에 있는 말을 솔직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겉과 속이 달랐고, 속이 검고 간사했습니다. 그러니 진리를 깨닫거나 얻을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저의 이해력과 자질, 제가 진리를 깨달은 정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셨고, 제가 애써 포장해 봤자 사람은 속일 순 있어도 하나님은 절대 속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잔머리를 굴리고, 간사하게 구니 하나님은 증오를 느끼실 수밖에 없었고, 저에게 역사하시거나 저를 인도하실 리 없었습니다. 반대로 제가 관점의 옳고 그름을 떠나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하나님의 요구대로 진리를 실행해 정직한 사람이 되었더라면 심적으로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이고, 하나님도 기뻐하셨을 것입니다. 또 자기 생각을 표현해야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는 것이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성장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체면은 조금 구길 수 있지만 진리를 깨닫고 생명이 자라는 데에는 가장 유익한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친히 우리에게 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시면서 진정한 사람의 모습으로 살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저는 하나님의 고심을 알게 되면서 너무 감사했고, 힘도 생기고 실행할 길도 얻게 됐습니다. 그 후로 본분에서 함께 협력하는 형제자매들이나 책임자와 소통하고 교류할 때면 마음을 털어놓는 훈련을 했습니다. 마음속 생각을 감추지 않고 저의 체면과 지위를 생각하지 않으며, 저의 생각을 진실하게 말했습니다. 또 형제자매들에게 저의 생각이 온전하지 못하고 이해하는 면이 짧고, 안목도 없으니 합당하지 않은 것이 있으면 바로잡아 달라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훈련하면서 실행하니 마음이 매우 편안했습니다. 또한, 잘못된 것이 있어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높이 보게 하려고 늘 거짓된 모습으로 포장하는 것이 더 가식적이고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얼마 후, 저는 팀에서 본분을 제일 오래 이행한 자매와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그 자매는 업무 면에서나 진리를 교제하는 면에서나 모두 뛰어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자매와 협력할 때, 저의 부족한 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제가 이성적인 사람으로 보이려면 말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제가 또 자기 자신을 포장하면서 진실을 감추려 한다는 것을 인지하였고, 이런 저를 배반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매와 사역에 대해 의논할 때, 저는 생각을 감추지 않고 먼저 저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의논하고 토론하면서 저의 관점이 합당한지, 어떤 면이 부족한지 알게 되었고, 그 자매도 저의 부족한 점을 보면 짚어 주곤 했습니다. 이렇게 협력하면서 본분을 이행하니 저는 업무와 원칙적인 면에서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먼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정직한 사람으로 살고, 하나님을 향해 자기 본분을 다할 때, 마음도 편안하고 본분 효과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이렇게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다음: 전화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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