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항상 위장하는가

2024.12.14

필리핀 크리스틴(Christine)

2021년 8월, 저는 새 신자를 양육하는 훈련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영어 발음이 좋지 않은 탓에 새 신자와 교제하는 과정에서 얕보일까 봐 걱정이었어요. 그래서 평소에 텍스트로만 소통했죠. 하지만 텍스트에만 의지하는 건 양육 진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이었어요. 한번은 예배에서 다른 자매가 교제하는 걸 들었는데, 영어를 잘 못하더라고요. 그래도 그 자매는 말로 교제해서 새 신자의 관념과 고충을 즉각적으로 해소해 주려고 했습니다. 번역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가능한 한 말로 교제하더군요. 제가 본분을 이행하는 태도와 비교가 돼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그 자매는 영어를 잘 못해도 어떻게든 새 신자와 말로 교제할 방도를 찾는데, 저는 그저 발음만 안 좋을 뿐 일상적인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으면서도 새 신자한테 영어 실력을 지적받을까 봐 말로 소통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 탓에 양육 성과에 안 좋은 영향이 갔죠. 하나님의 말세 사역을 받아들이는 새 신자가 점점 늘어나는 중이고, 지금은 그들이 하루빨리 참도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양육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오로지 제 체면과 지위만 생각했지, 어떻게 해야 새 신자를 빠르게 양육할 수 있을지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했던 거예요! 저는 하나님께 의지해 새 신자들과 말로 소통해 보고 싶다고 기도드렸습니다. 그때부터 회화를 연습하기 시작했고, 우선 익숙한 새 신자들과 말로 소통해 봤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통화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더군요. 그러다가 한번은 새 신자와 말로 소통하면서 유창한 영어 표현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었습니다. 며칠간 메시지를 보내도 못 얻을 성과를 단 한 번의 통화로 얻을 수 있을 줄이야, 저도 믿기 힘들었어요.

새 신자가 점점 늘어나자 리더가 저와 메이비스(Mavis) 자매를 파트너로 묶어서 교회 양육 사역을 맡겼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이제 막 새 신자 양육 훈련을 받기 시작해서 하나님의 사역에 관한 진리도 잘 모르고 영어 실력도 그저 그런 내가 어떻게 그 일을 감당할 수 있겠어? 메이비스 자매는 새 신자를 양육한 기간이 나보다 길고, 경험하고 체험한 것도 많은 데다가 영어도 잘하잖아. 둘이 같이 새 신자를 양육하게 되면 입을 열자마자 내 부족함이 다 탄로 나는 거 아니야? 그러면 나보고 진리를 알기 쉽게 교제하지 못한다면서 이 본분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던 참에 메이비스 자매가 사역에 관해 상의할 게 있다며 찾아와서 저한테 영어는 잘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생각할 것도 없이 대답했습니다. “영어 실력 별로예요. 알아듣기는 하는데 말을 제대로 못 해서요. 텍스트로 교류하는 건 괜찮고요.” 그러자 자매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자매는 앞으로 새 신자와 예배 시간을 정하는 일을 맡고 저는 교제를 맡는 식으로 서로 협력해요.” 저는 자매의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한다는 핑계를 대길 정말 잘했네. 덕분에 예배에서 입을 안 열어도 되겠어. 입만 안 열면 내 부족함과 모자람이 들통날 일은 없을 거야. 메이비스 자매가 새 신자들을 양육할 때 옆에서 잘 들으면서 열심히 배우자. 나중에 다 배우고 나면 그때 새 신자들과 말로 교류하는 거야. 그러면 아무도 내 부족함을 눈치채지 못하겠지.’

처음으로 함께 새 신자들을 양육하는 날 보니까 메이비스 자매는 유창한 영어로 새 신자들과 상호 교류하더라고요. 저는 “Hello!” 한마디 말고는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원래 예배에서 교제가 끝나면 그 뒤에는 제가 새 신자들과 소통하면서 문제와 고충을 그때그때 파악하고 해결해 주기로 했었는데, 막상 닥치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됐어요. ‘새 신자들은 처음에 메이비스 자매랑 이야기를 나눴잖아. 메이비스 자매가 유창한 영어로 진리를 명확하게 교제하는 걸 듣다가 나랑 통화하면서 더듬거리는 영어를 들으면 너무 비교되지 않을까? 새 신자들이 나를 어떻게 보겠어?’ 고심하던 저는 결국 새 신자들과 텍스트로 교류하기로 했습니다. 그때부터 좀 익숙한 극소수하고만 말로 교류하고, 나머지 새 신자들과는 텍스트로 교류했어요. 그런데 텍스트로 하자니 진도가 너무 지지부진하더라고요. 제가 메시지를 보냈을 때는 새 신자가 오프라인이고, 새 신자가 답장하면 제가 미처 못 보는 상황이 반복됐어요. 통화로는 몇 분이면 해결될 문제가 텍스트로는 이삼일을 투자해도 성과가 없을 때도 있었죠. 나중에 사역 내용을 정리하면서 알았는데, 제가 양육을 맡은 새 신자 중 거의 절반이 예배에 정상적으로 참석하지 않고 있었어요. 어안이 벙벙하더군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싶더라고요. 그때 메이비스 자매가 물었어요. “왜 새 신자들하고 텍스트로만 교류하고 말로는 이야기를 안 나눠요?” 저는 우물쭈물 대답을 피했습니다. 사실 속으로는 알고 있었거든요. 새 신자들과 말로 소통하면서 그들의 고충과 문제를 그때그때 해결해 주면 몇몇은 정상적으로 예배에 참석할 수 있다는 걸요. 하지만 저는 제 부족함을 들키기 싫어서 텍스트로 교류하는 쪽을 택했고, 그 바람에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된 거였어요.

저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습니다. 생각할수록 씁쓸했어요. ‘번뇌와 관념을 제때 해소해 주지 않으면 새 신자들은 언제든 물러날 수 있어. 나는 책임을 심각하게 방기한 거야! 말로 하면 3분 만에 해결될 문제를 왜 굳이 텍스트로 해결하려 했을까? 영어를 할 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얼마 전까지는 말로 소통할 수 있었는걸. 왜 지금은 안 하는 거지?’ 제가 제대로 양육하지 않아서 예배에 정상적으로 참석하지 못하는 일부 새 신자들을 생각하니 제 뺨을 치고 싶었습니다. 너무나 괴로웠어요. 저는 자신을 인식할 수 있게 이끌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드렸습니다. 그때 하나님 말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람은 본래 피조물이다. 피조물이 무소불능에 도달할 수 있느냐? 완벽함에 도달할 수 있느냐? 티 없는 정도에 도달할 수 있느냐? 모든 일에 정통하고 모든 일을 다 알고, 다 꿰뚫어 보고, 다 해내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느냐?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의 내면에는 패괴 성품과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사람이 기술 하나나 업무 하나를 배우면 자신을 능력 있는 사람, 신분이나 몸값이 높은 사람, 전문가 등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능력이야 어떻든 자신을 위인이나 남보다 뛰어난 사람으로 포장하여 꽤 유명한 인물이 되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런 결함도 없는, 완전무결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다른 사람들 눈에 유명한 사람이나 강한 사람, 위인이 되어 위대해 보이고, 무엇이든 가능하고,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면 자신이 무능하고 약세에 처한 것 같으며 남들보다 못해 보일 거라고,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할 거라고 생각해서 늘 거짓되게 꾸미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누군가 일을 시키면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도 안다고 말한 뒤, 뒤에서 몰래 자료를 찾고 공부한다. 며칠을 공부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거의 다 됐어요!”라고 하면서 속으로 고민한다. ‘아직 멀었는데. 갈피도 못 잡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들통나면 안 돼. 그래도 계속 아는 척해야지. 사람들한테 내 결점과 무지함을 들키면 안 돼. 남들에게 우습게 보이면 안 돼.’ 이것은 어떤 문제이냐? 이는 체면 때문에 생고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성품이냐? 교만함이 극치에 달하여 이성을 잃은 것이다! 그는 평범한 사람, 보통 사람, 정상적인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고, 초인이나 뛰어난 사람, 재능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이러면 문제가 심각하다! 정상 인성의 약점과 결점, 무지함, 어리석음, 혹은 몰이해 등을 전부 포장해서 남들이 보지 못하도록 하고 계속해서 위장한다. … 이런 사람들은 항상 뜬구름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냐?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냐? 그는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고, 어떻게 해야 정상 인성을 살아 낼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람으로 착실하게 살아 본 적이 없다. 언제나 뜬구름 속에서 살면서 어리석게 지내며, 착실하게 일하지는 않고 늘 상상에 기대 살아간다면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네가 선택한 그 인생의 길이 옳지 않은 것이다.(<말씀ㆍ3권 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하나님을 믿는 정상 궤도에 들어서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조건> 중에서) 하나님 말씀을 되새기면서 알게 됐습니다. 저는 줄곧 자신을 위장하고 포장했던 거예요. 영어 회화가 유창하지 않아서 새 신자에게 무시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감히 말로 교류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메이비스 자매와 파트너가 되고 나서는 자매가 영어도 유창하게 하고 진리도 저보다 명백하게 교제하는 걸 보면서 상대적으로 제가 한참 뒤처진다는 걸 형제자매들이 눈치챌까 봐 전전긍긍했습니다. 메이비스 자매한테 제 부족함을 들킬까 봐 두렵기도 했고요. 그래서 더욱더 저를 포장하고, 위장하고 싶었습니다. 메이비스 자매가 영어 실력을 물었을 때 저는 일부러 형편없다고 대답했습니다. 핑계를 댄 덕분에 말로 교제할 필요가 없어졌죠. 메이비스 자매와 함께 새 신자를 양육할 때면 항상 마이크를 꺼 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 상태로는 본분을 제대로 이행할 수가 없었고요. 게다가 새 신자를 양육하면서 말로 해야 할 교류를 전부 텍스트로 대체하는 바람에 많은 새 신자들의 문제와 고충을 제때 해결해 주지 못했어요. 그 결과 그들은 소극적으로 살면서 예배에 참석하지 않게 됐죠. 제가 사역에 지장을 준 게 아니면 뭐겠어요? 저는 항상 자신을 위장하고, 제 부족함이 탄로 날까 봐 두려워했어요. 뒤에서 몰래 업무를 익히고 나중에 멋지게 능력을 펼쳐 사람들을 놀라게 할 궁리도 했죠. 정말이지 너무나 교만했어요! 저는 제 부족함과 모자람을 올바르게 대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든 뛰어나고 남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했어요.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해 폭로하신 것처럼요. “그는 평범한 사람, 보통 사람, 정상적인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고, 초인이나 뛰어난 사람, 재능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이러면 문제가 심각하다!” 저는 영어 회화도 유창하지 않고 새 신자를 양육한 지도 얼마 안 됐을뿐더러 경험도 별로 없습니다. 교회에서 이런 저에게 외국 새 신자 양육을 맡긴 건 아주 좋은 훈련 기회를 준 거예요. 기회를 귀하게 여겼어야 하는데, 저는 본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제 부족함을 감추고 뭐든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으로 포장해서 남들한테 우러름과 숭배를 받을 생각만 했습니다. 정말이지 이성도 없었고, 제 분수를 전혀 몰랐어요. 하지만 더는 자신을 포장하고 위장할 수 없었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허영과 체면을 내려놓고 제 본분과 책임을 다하는 게 바로 제가 실행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두 단락 더 읽자 실행할 길이 보였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문제를 만나든 반드시 진리를 구해 해결해야 하고, 절대 남에게 거짓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해서는 안 된다. 그게 자신의 결점이든, 단점이든, 자신에게 있는 문제점이든, 혹은 패괴 성품이든 모두 솔직히 교제하고, 포장하지 마라. 자신의 마음을 여는 법을 배우는 것, 이것은 생명 진입의 첫걸음이자 가장 공략하기 힘든 첫 번째 관문이다. 이 관문을 공략한다면 진리에 진입하기 쉬워진다. 그 한 걸음을 내디딘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느냐? 네가 마음을 열고 너의 모든 것, 즉 좋은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그것을 모두 드러내 남들에게, 또 하나님에게 모조리 보여 준다는 뜻이다. 그리고 하나님에게 숨기거나 가리거나 위장하지 않고, 간사하게 행동하거나 기만하지 않고,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솔직하고 진실하게 대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너는 빛 속에서 살게 되고, 하나님이 감찰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네가 원칙 있고 투명하게 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말씀ㆍ3권 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제3부> 중에서), 『하나님 앞에서 네가 아무리 위장하고 감추고 꾸며 내도 너의 가장 진실한 생각과 내면에 가장 깊이 감춰진 것을 하나님은 훤히 파악하고 있다. 한 사람의 마음속에 숨겨진 그 무엇도 하나님의 감찰을 피할 수 없다.(<말씀ㆍ3권 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생명 성장의 여섯 가지 기준> 중에서) 하나님 말씀을 되새기며 알게 됐습니다. 패괴 성품을 해결하려면 우선 자신의 추한 모습을 드러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위장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 모자람, 드러낸 패괴 성품을 전부 솔직히 보여 주어야 합니다. 하나님과 형제자매들 앞에서 단순하고, 정직하고, 착실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본분을 이행해야만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을 깨닫고 진리를 실천할 믿음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자발적으로 리더와 메이비스 자매를 찾아가서 제 내적 상태와 인식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랬더니 둘 다 저를 업신여기지 않고 인내심 있게 자기 체험을 교제하면서 제가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그 뒤로 새 신자를 양육할 때 허영과 체면에 얽매이지 않고 말로 교류하는 데 중점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새 신자들의 번뇌를 그때그때 해결해 주다가 제가 모르는 단어나 발음이 나오면 재빨리 사전을 찾아보거나 번역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빌렸습니다. 그러자 회화 실력이 차츰차츰 늘더군요. 저는 이를 통해 형제자매들과 교제할 때 자신을 포장하거나 위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자신의 패괴 성품과 부족함을 인식하게 되고, 잘못된 내적 상태를 금방 바로잡을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 그대로였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여는 법을 배우는 것, 이것은 생명 진입의 첫걸음이자 가장 공략하기 힘든 첫 번째 관문이다. 이 관문을 공략한다면 진리에 진입하기 쉬워진다.(<말씀ㆍ3권 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제3부> 중에서) 이때까지만 해도 그간 겪은 일을 계기로 자신의 추한 모습을 털어놓을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변화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뒤, 다시금 제가 드러나는 일이 생겼습니다.

새 신자 몇 명이 가족과 친구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새 신자 팀장과 함께 그들에게 복음 전파 원칙을 교제해 주기로 했어요. 그런데 제가 자기소개를 하자마자 새 신자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고 하는 거예요. 새 신자 팀장이 허둥지둥 나서서 제 영어 발음이 좋지 못하다고 설명했어요. 그러고는 새 신자와 대화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들의 유창한 대화를 들으면서 저는 소외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너무 난감했어요.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어. 원래는 새 신자 팀장이 나한테 많이 배우고 훈련받을 기회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게 뭐야. 자기소개조차 제대로 못 했잖아. 팀장이랑 다른 새 신자들이 날 어떻게 보겠어? 영어도 못하고 사역 능력도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 이러면 앞으로 사역 진도를 체크할 때 누가 내 말을 듣겠어?’ 여기까지 생각하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좌절감이 들었습니다. 저는 완전히 풀이 죽고 말았어요. 그날 그 그룹에 교회 리더도 끼어 있었거든요. 갑작스럽게 접속해서 그 상황을 본 리더가 저를 영어도 못하고 사역 능력도 없는 사람으로 판단해서 쓸모없다고 교체할까 봐 무서웠어요. 남들한테 부족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저는 또 자신을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음성으로 하던 소통을 텍스트로 바꾸고, 그룹 대화방에서 진행되던 단체 소통을 일대일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제가 너무 피곤하게 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매일 남들이 제 실상을 알고 무시할까 봐 걱정하면서 사느라 어떻게 하면 본분을 잘 이행할 수 있을지 고민할 시간과 에너지가 전혀 없었어요. 마음에는 나날이 어둠이 드리웠고, 하나님의 이끄심을 조금도 느낄 수 없었죠. 본분을 이행할 때도 방향성을 완전히 잃었고요. 제 내적 상태가 아주 위험하다는 걸 알았지만, 이겨 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잘못된 내적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기도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위장에 감추어진 것>이라는 간증 영상을 봤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하나님 말씀에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사람은 늘 자신을 포장하고, 늘 자신을 꾸미고 위장함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우러러보게 하여 다른 사람이 그의 결점과 부족한 점을 보지 못하게 한다. 늘 자신의 가장 훌륭한 면을 사람들에게 보이려 한다. 이는 어떤 성품이냐? 이는 교만함, 위선, 외식으로, 사탄의 성품이고 사악한 것이다. 마치 사탄 정권에 속한 자들과 같다. 이자들은 배후에서 아무리 때려잡고, 싸우고, 죽여도 이를 보도하거나 폭로하지 못하게 하고, 국민이 그들의 악마 몰골을 볼까 봐 갖은 수를 써서 덮어 감추려 한다. 대중 앞에서는 어떻게든 자신을 꾸며서 자기들이 국민을 아주 사랑하고, 아주 위대하고 영광스럽고 올바르다고 말하는데, 이는 바로 사탄의 본성이다. 사탄 본성의 두드러진 점은 바로 속이고 기만하는 것이다. 속이고 기만하는 목적은 무엇이냐? 바로 눈가림하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본모습과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하게 해서 장기 통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권력도 지위도 없지만, 그들 역시 사람들이 자신들을 좋게 보기를 바라고,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 높은 지위를 얻으려 한다. 이것이 바로 패괴 성품이다. 진리를 깨닫지 못하면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 실수와 위장 중에서 어느 것이 성품에 관계되느냐? 위장이 성품에 관한 일이다. 위장에는 교만한 성품, 사악함, 간사함이 담겨 있어서 하나님은 아주 혐오한다. … 네가 위장하지도, 변명하지도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모두에게서 정직하고 현명하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현명함은 어디에 있느냐? 누구나 실수할 때가 있고, 누구든 결점과 약점이 있다. 모든 이의 패괴 성품은 사실 마찬가지다. 자기가 남들보다 고귀하고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남들보다 선량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러면 너무나 비이성적이다! 사람의 패괴 성품, 인류의 패괴 본질과 진면목을 간파하고 난 뒤, 자신이 잘못을 저질러도 숨기지 않고 다른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도 꼬투리를 잡지 않고, 이 모든 것을 바르게 대할 수 있다면 비로소 사물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게 된다. 이런 사람이 바로 현명한 사람이다. 현명하지 못한 사람은 곧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사소한 잘못을 늘 마음에 두는 까닭에 뒤에서 몰래 수작을 부리는데, 역겨움을 자아낸다. 사실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남들은 보자마자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린다. 그런데도 네가 거기서 대놓고 연기를 하면 사람들은 광대의 쇼를 구경하듯 할 것이다. 이는 어리석지 않으냐? 이런 것이 바로 어리석음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지혜가 없다. 설교를 아무리 들어도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일을 간파하지 못한다. 자신을 높은 위치에 올려놓고 자신을 남다르다 여기고, 남들보다 존귀하게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교만하고 독선적인 것이고 어리석은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영적인 이해력이 있겠느냐? 네가 어떤 일에서 현명하지 못하고 어리석게 행동한다면, 너는 그 일에서 영적인 이해력이 없는 것이고, 쉽게 진리를 깨닫지 못할 것이다. 바로 그런 것이다.(<말씀ㆍ3권 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처신 원칙> 중에서) 저는 하나님 말씀을 되새기다가 흠칫 놀라고 말았습니다. 위장과 실수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이었어요.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실수를 저질렀다면 배우고 연습하면 되는 거죠. 하지만 남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번번이 자신을 위장하고 포장한다면 그 이면에 교만하고, 간사하고, 사악한 패괴 성품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걸 혐오하고 증오하십니다. 생각해 보면 갓 사역을 맡아 훈련을 시작한 제가 일하는 데에 오류와 맹점이 있고 패괴 성품을 드러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진리를 구하면 해결될 문제이니 창피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저는 양육 사역을 맡으면서부터 자신을 책임자 위치에 올려놓고 반드시 보통 사람보다 우월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월하지 못하면 새 신자들에게 무시당할 거라고 여겼죠. 새 신자가 제 말을 못 알아듣겠다고 했을 때, 저는 제 부족함이 탄로 나서 지위와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고 생각했어요. 새 신자들이 저를 무시하고 제게 불복할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제 부족한 모습을 본 리더가 사역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며 저를 교체할까 봐 걱정했습니다. 저는 지위와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제 부족함을 감추려고 했습니다. 급기야는 교회 사역을 그르치는 짓도 불사했죠. 음성으로 하던 소통을 텍스트로 바꾸고, 대화방에서 소통하고 사역을 알아보는 방식에서 일대일 채팅으로 바꾸기까지 했습니다. 그로 인해 양육 사역에 지장이 생겼고, 경계 속에서 살게 된 저는 점차 하나님과 멀어졌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너무나 간사했어요! 사탄 본성을 심판하고 폭로하시는 하나님 말씀을 읽었을 때, 심장이 벌벌 떨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탄 본성의 가장 큰 특징으로 기만과 현혹을 꼽으며 극도로 사악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큰 붉은 용이 위장과 기만에 얼마나 능한지를 떠올렸습니다. 큰 붉은 용은 독재 통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항상 ‘위대하고 영광스럽고 올바른’ 이미지를 선전하면서 자신을 숭배하고 따르도록 유도합니다. 그러는 동시에 뒤에서 저지르는 악행은 어떻게든 감춤으로써 세상 사람들을 미혹하고 기만하죠. 자신을 반성해 보니 저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자신을 위장하고 남들에게 좋은 면만 보여 주려 했습니다. 제가 드러낸 것은 간사하고 사악한 성품이었습니다. 이런 제 성품이 큰 붉은 용과 다를 게 무엇인가요? 제가 기만과 위장에 힘입어 남의 존중과 우러름을 받는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부족함과 모자람을 감추고 교활한 수단을 써서 하나님과 사람들을 기만한 결과, 저는 성장하지 못했고 새 신자 양육 사역을 그르치기까지 했습니다. 어리석지 않나요? 오늘날 많은 새 신자가 하나님 말씀을 읽으면서 사람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깨달았고, 나날이 심각해지는 재난과 역병을 보면서 하나님의 말세 사역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유일한 살길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한 새 신자들은 가족과 친구들이 구원받을 수 있도록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 하나님 앞으로 데려오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의 생명 진입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값어치도 없는 허영과 체면을 지키겠다고 형제자매들이 복음을 전파하면서 맞닥뜨린 문제를 제때 해결해 주지 않아서 사람들이 참도를 알아보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일에 지장을 줬습니다. 그런 제가 복음 사역의 훼방꾼이자 걸림돌이 아니고 무엇이었을까요? 반성 끝에 비로소 제가 패괴 성품으로 살고 있으며, 겉으로는 본분을 이행하면서 본질적으로는 하나님을 대적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교회 사역을 그르치고 형제자매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진심으로 제가 증오스럽고 역겨웠습니다. 하나님께 너무나 죄스럽고 형제자매들에게 미안했어요. 저는 앞으로 성실하게 진리를 추구하고 본분을 이행하겠다고 하나님께 기도드리고 회개했습니다.

어느 날 영 생활 중에 하나님 말씀을 읽었습니다. 『너는 자신의 명예와 체면, 지위를 지키기 위해 어떤 수단을 쓰거나 자신이 잘못한 일을 위해 감추거나 꾸밀 필요가 없다. 이러한 부질없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것을 내려놓는다면 너는 아주 홀가분하게, 속박도 고통도 없이 온전히 빛 속에서 살 수 있다. 솔직하게 교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 이것은 생명 진입의 첫걸음이다. 그다음 너는 자신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서 어떤 것들이 잘못되었는지, 하나님이 어떤 것들을 싫어하는지 등을 분석할 줄 알아야 하고, 그때그때 돌려놓으며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바로잡는 목적은 무엇이겠느냐? 진리를 받아들이고, 사탄에게 속하는 네 내면의 것들을 없애고 진리로 대신하기 위함이다. 지난날, 네가 거짓말과 기만 같은 간사한 성품으로 일하며 거짓말하지 않고서는 일을 성사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진리를 깨닫고 사탄의 그런 수법을 혐오하여 더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정직함과 순수함, 순종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게 된 것이다. 매사에 마음을 열고 솔직히 털어놓아 감싸거나 꾸미거나 은폐하지 않고 숨김없이 형제자매들과 교제하여 그들에게 네가 속으로 생각하는 바를 보여 주고 네 정직한 태도를 보여 주면, 진리는 서서히 네 내면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는데, 조금씩 성과가 드러날 것이다. 네 마음이 점점 정직해지고 하나님을 향하고, 본분을 이행하면서 하나님 집의 이익을 지킬 줄 알고, 하나님 집의 이익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양심이 불편해진다면, 그것은 진리가 너에게 작용했고 이미 네 생명이 되었다는 증거이다.(<말씀ㆍ3권 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제3부> 중에서) 하나님 말씀을 읽었더니 실행할 길이 구체적으로 보였습니다. 본분은 단순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이행해야 합니다. 자기 분량이 크든 작든, 자기한테 어떤 부족함과 모자람이 있든 포장하거나 위장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가장 진실한 면을 모두에게 보여 줘야 합니다. 실수하더라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사는 게 피곤하지 않고 하나님께서도 칭찬하십니다. 사실 제 문제점과 부족함은 위장하고 포장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모자람을 차분하게 마주하고, 인정하고,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잘 모르는 것,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배워야 업무 능력이 점차 향상됩니다. 또한, 리더가 저를 책임자로 안배했을 때 제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아들일 것은 책임이지 지위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저는 책임자라는 신분을 내려놓고 본분을 우선순위에 놓아야 합니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뭐라고 하든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하고 제 위치에 굳건하게 서서 최선을 다해 피조물의 본분을 이행해야 합니다.

그 후 저는 체면을 내려놓고 자발적으로 새 신자들에게 연락해서 말로 소통하며 그들이 본분을 이행하면서 맞닥뜨린 고충과 문제를 해결해 줬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영어 회화를 열심히 연습하면서 발음을 교정했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이나 모르는 것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형제자매들에게 답을 구하고 그들의 장점을 배웠습니다. 한번은 새 신자들과 온라인 예배를 했는데, 처음에 인사하면서 한 새 신자의 이름을 발음하려다가 막히고 말았습니다. 새 신자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발음을 고쳐 주는 통에 저는 조금 난처해졌습니다. ‘왜 저렇게 이름에 집착하는 거야? 듣는 사람도 많은데, 한 번 고쳐 줬으면 됐잖아!’ 그 순간 하나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너는 자신의 명예와 체면, 지위를 지키기 위해 어떤 수단을 쓰거나 자신이 잘못한 일을 위해 감추거나 꾸밀 필요가 없다. 이러한 부질없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것을 내려놓는다면 너는 아주 홀가분하게, 속박도 고통도 없이 온전히 빛 속에서 살 수 있다.(<말씀ㆍ3권 말세 그리스도의 좌담 기록ㆍ제3부> 중에서) 그렇습니다. 틀렸으면 틀린 거지, 저는 왜 자꾸 감추려고 했던 걸까요? 저는 본분이 아닌 허영과 체면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마음에 짐을 진 채 무슨 수로 본분을 잘 이행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마음을 평온히 하고 하나님께 기도드렸습니다. 체면을 내려놓고 본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저를 이끌어 달라고요. 기도를 마치자 난처함이 사라졌습니다. 틀린 발음에 더는 신경이 쓰이지 않았어요. 나중에는 새 신자에게 발음 교정을 부탁하기까지 했고요. 얼마 뒤, 예전에 협력한 적이 있는 자매가 저한테 이런 말을 하더군요. “평소에 영어 연습 어떻게 해요? 새 신자랑 사역 이야기할 때 보니까 영어가 아주 유창하던데, 몇 달 못 본 사이에 많이 늘었네요!” 저는 자매의 말을 듣고 감격했습니다. 전부 하나님의 인도와 은총 덕분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하나둘 쌓일수록 더 뚜렷하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위장이나 포장 없이 자신의 실제 상태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착실하게 본분을 이행하면 마음에 안정과 평화가 깃든다는 걸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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