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내 손에서 안배되거늘 누가 감히 함부로 행동할 수 있겠느냐? 누가 쉽사리 이를 바꿀 수 있겠느냐? 사람은 모두 공기 속에서 떠다니고, 먼지가 흘러가는 대로 흘러간다. 이로 인해 사람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었고, 온몸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구름 가운데서 이 같은 광경을 보고 슬픔에 잠겼다. 생기가 넘치던 사람이 어찌하여 오늘날 이런 꼴로 변했단 말이냐? 왜 사람은 이를 깨닫지도 느끼지도 못한단 말이냐? 어찌하여 사람은 ‘자신을 내려놓고’ 온몸에 오물을 뒤집어쓴 것이냐? 사람은 이렇게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지 않는다. 왜 사람은 항상 나의 요구를 피하는 것이냐? 내가 사람을 잔인무도하게 대하기라도 했더냐? 내가 막무가내로 굴기라도 했더냐? 왜 사람은 늘 살기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냐? 왜 사람은 항상 나를 증오하는 것이냐? 내가 사람을 궁지로 몰기라도 했다는 말이냐? 사람은 나의 형벌 속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사람은 그저 목에 채워진 칼을 두 손으로 움켜잡고 원수를 보듯 두 눈을 부릅뜨며 나를 노려볼 뿐이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나는 사람의 왜소한 몸을 보았다. 그렇기에 내가 ‘시련’ 속에서 굳게 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하는 것이다. 사람의 분량은 바로 이 정도 아니더냐? 내가 그 ‘수치’를 알려 주기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냐? 사람의 ‘키’는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벌레만 하고, ‘가슴둘레’는 ‘뱀’ 굵기만 하다. 내가 사람을 얕보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사람이 지닌 분량의 정확한 수치가 아니란 말이냐? 내가 사람을 ‘변변치 않게 만들었다’는 말이냐? 사람은 모두 어린아이 같다. 심지어 어떨 때는 동물과 놀면서도 무척 즐거워한다. 또 사람은 근심 걱정 없이 살아가는 고양이 같기도 하다. 영의 지배 때문인지, 아니면 하늘에 계신 하나님의 역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땅에 있는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이 몹시 혐오스럽다. 사람이 ‘기생충’같이 살아가기에 나는 ‘인생’이란 두 글자에 더욱 ‘흥미’를 느끼고, ‘경외심’을 가지게 되었다. 오직 사람만이 의미 있는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고, 나는 그럴 힘이 없는 듯하여 ‘산속’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인간 세상의 고통을 살필 수가 없는데 사람은 오히려 나를 강하게 압박하니 어쩔 도리가 없지 않으냐! 나는 사람이 안배하는 대로 따르며 사람과 함께 경험을 정리하고 인생을 체험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하늘에서 도시 전체를 돌아다녔고, 하늘 아래에서는 열국을 돌아다녔지만, 나를 발견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내가 오가고 움직이면서 내는 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사람은 내가 흔적도 없이 왔다 간다고 생각한다. 마치 내가 사람의 마음속에 ‘무형의 우상’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이 입으로 ‘자백’한 사실이 아니란 말이냐? 이 시점에 이르렀거늘 자신이 형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자가 누가 있겠느냐? 확실한 증거 앞에서도 ‘당당하다’는 말이냐?

나는 인간 세상에서 사람의 불결함과 불의를 말끔히 없애고 내 마음에 합하는 자로 ‘가공’하는 ‘사업’을 했다. 그러나 이 단계의 사역에는 사람의 협력이 빠질 수 없는데, 사람은 언제나 물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처럼 팔딱거렸다. 따라서 나는 모든 ‘사고’를 피하고자 잡아 올린 ‘물고기’를 남김없이 죽였다. 그러자 ‘물고기’는 ‘순종’하고 조금도 불평하지 않았다. 사람은 내가 필요로 할 때면 늘 숨기 바쁘다. 마치 경이로운 장면을 본 적이 없는 것처럼, 또 전부 ‘시골’에서 태어나 ‘도시’의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사람이 나를 알 수 있도록 사람의 부족한 부분에 나의 지혜를 더해 주었다. 또한, 사람이 하도 빈궁하기에 내가 인간 세상에 친히 임했을 때 사람에게 ‘부에 이르는 길’을 알려 주어 사람의 시야를 넓혔다. 이것이 사람에 대한 나의 구원 아니겠느냐? 사람을 긍휼히 여기는 것 아니겠느냐? ‘사랑’이 무조건적인 베풂이란 말이냐? ‘증오’가 형벌뿐이란 말이냐? 나는 다양한 위치에서 사람에게 설명했으나 사람은 나의 말을 글귀와 도리로 여길 뿐이었다. 마치 나의 말이 사람의 손에서‘떨이’로 팔리는, 품질이 떨어지는 물건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내가 사람에게 거센 폭풍우가 산속 마을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일러 주었을 때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은 것이다. 몇 명만이 의구심을 가진 채 이사했을 뿐, 나머지 사람들은 무관심한 듯한 모습으로 움직이지 않았으며, 내가 하늘의 제비라도 되는 것처럼 나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질 때에야 사람은 내가 한 말을 떠올렸고, 그제서야 꿈속에서 놀라 깨어났다. 그러나 이미 때가 되었기에 사람은 모두 홍수에 휩싸였고, 시체가 수면 위에 떠다녔다. 나는 인간 세상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 사람의 불행한 처지에 탄식했다. 나는 사람의 운명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들이고 셀 수 없이 많은 대가를 치렀건만, 사람은 내가 ‘눈물샘’이 말랐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눈물샘이 마른 ‘괴물’도 사람을 위해 적지 않은 눈물을 흘렸건만, 사람은 이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흙 속에서 자기 손안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뿐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이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은 여전히 무감각하고 미련하다. 동굴 속에 드러누워 있는 것처럼 땅굴 속에 ‘얼어붙은’ 상태로 있다. 나는 사람의 행동을 보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내가 자신들을 위해 좋은 일을 꽤 많이 했다고 생각하기에 나를 오늘날 이 시대의 본보기로 삼는다. 그러나 나를 사람 운명의 주재자나 만물의 창조자로 여기지는 않는다. 사람은 나를 잘 모르는 듯하다. 사람은 ‘이해 만세’라는 구호를 외치긴 했지만 ‘이해’라는 두 글자를 충분히 분석하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사람에게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은 오늘날처럼 좋은 시절에도 나를 사랑하거나 마음에 두지 않는데 앞으로 겪게 될 고난의 날에 진심으로 나를 사랑할 수 있겠느냐? 사람에게 의는 여전히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무형물이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원한다. 사람에게 ‘마음’이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다. 설마 내가 행한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말이냐? 어찌하여 사람은 내게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이냐? 왜 사람은 항상 마음을 가슴 속에 품고 포기하려 하지 않는 것이냐? 사람의 마음이 평생의 평안과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는 말이냐? 왜 사람은 내가 무언가를 요구할 때 늘 되는대로 땅의 먼지 한 줌을 주워 내게 날려 보내는 것이냐? 이것이 사람의 속임수란 말이냐? 이는 마치 의지할 곳 없는 행인을 미혹하듯 집으로 유인해서 ‘흑심’을 품고 ‘몰래 살해’하려는 것과 같다. 사람은 나를 두고도 이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람은 살인을 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망나니 같기도 하고, 살인이 일상이 된 마왕 같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사람은 내 앞에서 같은 수법을 쓰려고 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의 계획에 맞설 대책을 마련했다.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찌 이때 사람에게 나의 대책을 선보이지 않을 수 있겠느냐? 나는 사람을 다스릴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의 모든 부분을 직접 처리하거나 가공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나는 사람이 애지중지하는 것을 포기하고 나의 안배에 순종하게 할 것이다. 그때 사람에게 또 무슨 불평할 거리가 있겠느냐? 내가 하는 일이 모두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란 말이냐? 과거에는 사람에게 나의 사역 절차를 알린 적이 없다.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오늘날, 사역 항목이 다르므로 나는 사람에게 일찌감치 내 사역의 절차를 알린다. 사람이 이로 인해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는 내가 사람에게 예방 주사를 놓는 것 아니겠느냐? 무슨 까닭에서인지 사람은 내 말을 진지하게 알아본 적이 없다. 마치 배가 고파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우다가 위 기능이 약화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람은 ‘튼튼한 체격’을 밑천으로 내세우며 ‘의사’의 당부를 마음에 새기지 않는다. 나는 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사람은 너무 어리고, 인생을 경험해 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은 결코 마음속에 ‘인생’이란 단어를 새기지 않으며, 이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다. 그저 나의 말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노파의 잔소리로 치부하며 질색할 뿐이다. 그래도 어쨌든 나는 사람이 내 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나는 사람을 죽음의 땅으로 몰아넣을 생각이 없기에 사람이 지금 이 순간 나의 심정을 이해하고 나의 부담을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

1992년 4월 26일